영화 《여름날 우리》 후기

 

풋사랑은 그렇다. 느닷없이 시작되고, 또 그렇게 끝난다.

한국에서는 2021년에 개봉했었지만, 나는 올해 2024년에 재개봉했을 때 봤다.
한국의 <너의 결혼식> 영화를 리메이크해서 만든 작품이라고 하는데, 한국판 제목은 <여름날 우리>
하지만 중국에서는 원작의 이름인 '너의 결혼식'을 그대로 담은 <你的婚礼> 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다.

영화관에서 제공하는 굿즈나 포스터로 보면 이 분위기를 메인으로 미는 것 같지만,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내용은 마냥 맑고 밝은 여름날을 표현하고 있지 않다. 여름날의 싱그러움보다 쌍방 삽질 로맨스 영화의 타이밍이 어긋나는 그 분위기가 좀 더 중점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두 주연들의 인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 고등학교 여름날 이었으니까,
<여름날 우리>라고 제목을 붙인 것도 이해된다.
 
그리고 또 하나의 포인트였던 여자 주인공의 이름!..
요우 용츠 라고 하는데 이게 중국어의 수영장과 비슷한 발음이다.
남자주인공이 수영 선수였는데, 그 때 그의 전부는 요우 용츠였던것과 정말 딱 들어맞는 작명이다.
날너무과몰입하게해이영화가.....

 

내가 두 인물의 감정선을 더 절절하게 이해한 부분은 좀 더 어른이 된 시점이었다.
두 사람의 사랑과 타이밍이 이렇게 어긋날 수가 있나...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말에 정말 깊이 공감할 수 있던 영화다.
그때는 왜 알아보지 못했을까, 그때 좀 더 잘했으면 어땠을까
이런 후회가 오가지만 또 그만큼 사랑했기에 후회는 없다고 말하는 엔딩이 씁쓸하면서도 가장 이상적인 사랑의 엔딩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가장 이상적인 연인 관계는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사랑했다는 사실에 후회가 없는 관계라고 생각하기 떄문이다.
 
사실 중국, 대만, 홍콩 영화나 드라마의 얼렁뚱땅 로맨스에 큰 반감을 가지고 있는 편인데,
항상 마음에 오래 남는 청춘의 모습을 보여주어서 영화에 감동받은 내 자신을 보면서 자존심이 상한다..
<나의 소녀시대>, <이별계약>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는데, 이 영화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같이 보던 친구랑 "야 설마 다음 장면 ~ 아니겠지?ㅋㅋㅋ" 이러면 꼭. 로맨스 영화의 클리셰를 벗어나지 않는 장면들 뿐이었지만 그럼에도 사실넘좋았서요..
 
마치 오정세를 좋아하는 나를 보는 느낌.....하
내 취향 자존심상해 ㅜ

 
또 하나 주목해볼 점은, <여름날 우리>를 한국에서 개봉하면서 한국노래로 콜라보ost가 나왔다는 것이다.
영화에서 나왔던 중국 음악들이 너무 좋아서 검색해봤더니 웬 한국노래들만 나와서 당황했다.
한국ost도 물론 좋지만, 영화의 진정한 분위기를 느끼려면 현지의 언어로 부른 노래가 딱이다..
그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ost를 적어보겠다.
 
1. 第一万零一次告白（만 한 번째 고백）
2. 少年！敢（Youth）
3. 特别邀请（특별한 요청）
 
이 중에서 특별요청이 진짜 명곡이라고 생각한다...
요우 용츠의 마음을 그대로 옮긴 것 같은 가사가 진짜 과몰입하게 해준다.
https://youtu.be/4ijIHzKpE3s?si=VmNGtQ5D8bLuVVb5

 

그리고 나는 롯데시네마에서 관람했었는데, 그날 관람했던 표를 보여주면 주는 굿즈가 너무너무 좋았다.
누가 이걸 굿즈로 줍시다.. 라고 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과몰입의 끝판을 달릴 수 있었던 굿즈였습니다.
바로 요우 용츠의 편지 ㅠㅠ

영화에서 나왔던 용츠의 편지를 그대로 준다 ㅠㅠㅠ

周潇齐：
     这么久以来，我们一直没有勇气谈起你的伤疤，这道伤疤让你失去了梦想，其实也一直在我心里。 如果有办法弥补的话，无论让我做什么我都会去做的，可是我却一点办法都没有。
      所以该说后悔的人其实是我。 我后悔高中时没能留在你身边，后悔大学时没能看到你的好，后悔我浪费了这么多，本可以属于我们的时间，每当看到你的伤疤，我总是不由自主地想起这些后悔。 可是人生不能重来，与其未来在相互埋怨中，将爱慢慢消磨掉，不如放开彼此，才是最好的选择吧。
     最后，我还是想告诉你，周潇齐，我唯一不后悔的，就是和你在一起。
                                                                                                                                                                                尤咏慈

저우스위에게
     오래전부터 우리는 줄곧 용기가 없어서 너의 상처에 대해 이야기하지 못했지. 이 상처가 너의 꿈을 잃게 만들었어. 그게 너의 몸에 흉터로 남았고, 사실 나의 마음에도 마찬가지로 상처로 남아있어. 만약 이 흉터를 치료할 방법이 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든 뭐든지 다 하고 싶어.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었어.
     그래서 후회한다고 말해야 할 사람은 사실 나야. 난 고등학생 땐 너의 곁에 있지 못했던 걸 후회해. 대학생 땐 너의 좋은 점을 보지 못했어서 후회해. 내가 이렇게 많은 것들을 낭비한 것이 후회가 돼. 우리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는데, 너의 상처를 볼 때마다 나는 자꾸만 이런 후회들이 불현듯 생각이 나. 그러나 그때는 다시 돌아오지 않지. 미래를 서로 원망하다가 사랑은 점점 사라지게 될거야. 그러는 것 보다는 서로를 놓아주는게 나을거야. 이게 그나마 가장 좋은 선택이야.
     마지막으로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저우스위, 내가 유일하게 후회하지 않는 건, 바로 너와 함께 했다는 거야.
                                                                                                                                                                             요우용츠가

 

마지막으로 뒤에 보이는 웨딩샵과 두 사람이 약속하던 그 장면.. 내 최애 장면이다.